[틀비루이] 온기

2019. 7. 23. 02:05

온몸이 욱신거렸다. 눈에 띄는 큰 외상은 없었으나, 이리저리 부딪히고 긁힌 탓이었다. 물론 위험을 감수하고 소란 가득한 전투에 뛰어든 것이 맞고, 알면서도 어려운 임무를 자행한 것은 사실이었다.

“정말이지, 소란스럽네……”

트리비아가 혹시 몰라 챙겨왔던, 한곳에 제쳐둔 코트를 걸쳤다. 그래, 모든 건 나중을 위해서야. 그녀는 늘 그렇게 생각했으나, 전투 후 밀려드는 공허함을 그 한마디로 채워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언제나 홀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거처까지 말이다. 트리비아는 ‘동료’라는 존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혼란한 상황들 속에서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되고, 혹은 어제의 동료가 오늘은 세상에 남지 않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 존재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고 생각하기에는, 그녀가 생각해야하는 다른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러니까, 오늘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트리비아는 지하연합으로 향했고, 언제나처럼 거처는 조용했다.

“……루이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잠들어 있었으니까. 루이스는 트리비아가 홀연히 자취를 감출 때면, 꼭 새벽까지 기다렸다. 트리비아는 제 사랑스런 연인을 걱정했지만, 그는 오히려 그녀를 걱정하곤 했다. 두어 번의 가벼운 실랑이 끝에 결국 트리비아는 루이스의 고집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트리비아가 돌아오면, 둘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다가 잠들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재밌는 일, 짜증나는 일, 그런 이야기 말이다. 원래는 그렇게 흘러갔어야 한단 이야기다. 오늘은, 그저 가벼운 변덕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한 번 정도는 변덕을 부려도 나쁘지 않으니까.

트리비아가 루이스의 손을 끌었다. 소파에 털썩 앉은 그녀는 자신의 옆에 루이스를 앉히고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는 그녀의 행동에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그러면서도 곧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손이 너무 차갑다고 생각하기도 잠시, 루이스는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손가락을 비집어 넣었다.

“루이스, 있잖아.”

“……?”

“나는 더운 게 정말 싫더라고……”

차가운 손으로 깍지 낀 손을 꼭 잡으면서, 트리비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웃었다. 얼음장 같이 찬 몸으로, 더운 게 싫단 말을 한다니. 누가 들어도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었다. 그녀의 말에 의문이 들 법도 하건만, 루이스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그저 트리비아의 머리를 몇 번 쓰담을 뿐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는 늘 그랬다. 트리비아는 자신의 잦은 외출이나 전투에 관련된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걱정을 시키기도 싫었을 뿐더러, 부담을 주기도 싫었다.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는 밤에 나가 늦은 새벽에 들어옴에도, 루이스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신뢰. 그야말로 그녀에 대한 전적인 신뢰였다.

이어지는 일방적인 침묵에도 루이스는 잠시 동안 그녀에게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다가, 피곤에 지쳐 잠든 그녀를 안아올려 조심스레 침대에 눕혔다. 그는 곱게 이불을 덮어주고 나서야 자신의 늦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트리비아가 사랑한 것은 상기한 모든 따뜻함이었다. 그 모든 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하는 쪽이 옳았다. 그렇게나 그는, 상냥한 사람이었으므로.